제가 대학교를 졸업한 년도는 2018년도입니다.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토목기사 필기시험을 합격한 상태였고, 그 당시 졸업을 하려면 필기시험을 합격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저는 다행히 별문제 없이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현장 쪽 일을 하게 되었고, 2년간 실기 시험을 계속 도전했지만 합격할 수 없어서 결국 필기 합격이 무효가 되었습니다. 다시 필기시험부터 도전해야 되는 상황이 된 것이죠.
가장 처음 느꼈던 감정은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학부생 때 배운 그 이론을 내가 다시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막막함 이었습니다. 처음 필기를 합격했을 때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습니다. 찍은 문제도 꽤 많았을뿐더러 너무 찍었는지 시험 시간도 널널하게 남아서 도저히 자신의 실력으로 붙었다고는 제가 먼저 믿을 수 없었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도 평소에 수업을 들어왔기 때문에 찍는 감이 다르달까? '왠지 한번 봤던 내용인데?' 하면서 문제를 풀었던 게 첫 합격 필기시험이었습니다.
그 후 2년이 지난 상황, 행운을 불러 올 예민한 감각이 모두 빠진 그 상태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막막함이 기본적으로 세팅된 무거운 마음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말이죠.
제 공부 환경에 대해 오해가 없으셨으면 하는 게, 제가 회사를 다니며 짬을 내면서 공부를 시작한 줄 아시고 의도치 않은 기대나 희망을 드릴까 봐 걱정돼서 말씀드립니다. 제 경우는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실행력 문제일 수 있고 회사에서의 업무량이 신입이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과했던 게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공부를 할 수 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필자는 회사를 다니며 공부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한 상태이고, 여러 이유로 인해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말이 이상해 졌는데 정리하면, 본인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하여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그 시기에 마침 필기 합격이 무효가 되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회사에 남아 있었어도 공부는 절대 못했을 것이라서 회사를 그만둔 건 본인에게 참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었다. 정도로 압축할 수 있겠습니다. 헛소리가 길었고 어떻게 공부했는지 후기를 말해 보겠습니다.
잘하는 과목 vs 못하는 과목
기출을 어느 정도 풀어 보셨던지 하시면 나에게 부담이 없는 과목, 즉 점수가 잘 나오는 과목이 있을 것이고, 이건 정말 반 이상 찍었고, 점수도 아슬아슬하거나 완전 답이 없다 싶은 부담되는 과목들도 보이게 됩니다. 그렇지 않나요? 저는 응용역학과 측량학, 상하수도 공학은 70점 이상 확보되는 잘하는 과목이었고, 수리 수문학과 토질 및 기초, 철근콘크리트 및 강구조는 과락만 면했으면 하는 과목이었습니다. 공부 초기에 이런 것들이 분명해졌다면 먼저 어느 과목을 공략하는 게 좋을까요? 부족한 수리 수문학, 토질 및 기초, 철콘 및 강구조를 끌어올리는 게 좋을까요? 이성적으로는 못하는 과목을 보통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좋은 선택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적당히 합리적으로 제가 잘하는 과목을 더 심도 있게 팠습니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풀 수 있도록 그 과목만 따로 빼서 30분 동안 기출문제를 풀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릿속에 있는 공식을 노트에 정리하고 맞았는지 확인하면서 공부했습니다. 계산이 필요 없는 지문식 문제는 답을 외워서 1초 만에 선택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선택적으로 많이 봤습니다. 이유는 그게 재밌었기 때문입니다. 기출을 매 회차 풀면 잘하는 과목에서 90점 이상 가끔 100점도 나오는데 그게 진짜 재밌습니다. 못하는 과목들이 과락만 면해주면 잘하는 과목들이 점수를 하드 캐리 해서 평균 60점을 가까스로 넘기도 하면서 일단 3시간 동안 문제를 푸는 시험에 대한 행위에 게임처럼 흥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 못하는 과목을 정말 가끔씩, 이 문제는 이제 틀리지 말자 싶은 한 두 개 유형을 야금야금 공부했습니다. 마지못해 외워 주는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시간은 기본 3시간 + a
공부 스케줄에 대한 궁금증도 많으시죠? 저도 그랬으니까 이해가 됩니다. 제 처음 한 달은 잘하는 과목의 공식 정리나 토목기사 교재의 문제를 풀고 해설을 보면서 이해하는 단순한 공부 시간이었습니다. 그때는 하루에 3시간도 공부를 안 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문제들과 일종의 아이스 브레이킹 하는 시간, 풀만한 수준을 끌어올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옛날에 배운 이론들을 "아 맞다. 이거 기억난다. 이 캔틸레버보 처짐각과 변위 공식, 이건 외우는 게 좋겠네" 이런 식으로 선택적으로 공부할 내용을 정해서 자주 보고 공책에 자꾸 써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스 브레이킹이 어느 정도 되면, 양치기라고 이제 기출을 계속 돌려서 시험에 대한 감각을 꾸준히 쌓아줘야 하는 시기가 옵니다. 그때는 무조건 아침에 일어나서 밥도 먹기 전에 바로 기출 3시간 스톱워치로 시간 재면서 풀었습니다. 가족들 다 꿈나라 있을 때, 조용한 가운데 한 개 회차를 쭉 풀었습니다. 그리고 채점을 하는 것이죠.
채점하면서도 중요합니다. 문제와 내가 선택한 답의 내용을 꼭 확인하면서 동그라미든 엑스든 표시해야 머릿속에 조금이라도 남지, 그냥 선택한 숫자만 보고 동그라미, 엑스를 치면 내가 어느 부분이 약한지, 이 오답은 실수인지, 이 정답은 운으로 맞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내가 모르거나, 실수했거나 하는 문제의 오답정리를 했습니다. 오답정리도 문제, 그림, 지문을 모두 노트에 써가면서 풀이까지 정리하려면 시간이 너무 소요가 되니 어떻게 했냐면, 기출문제를 꼭 문제만 나온 걸로 따로 프린트해서 진짜 시험 보듯이 시험지 넘겨가며 풀었고, 끝나면 시험지의 문제를 찢거나 오려서 대충 풀칠해서 노트에 붙여 그 옆에 풀이를 적는 식으로 오답정리를 했습니다. 이건 그냥 정확히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꼭 오답정리로 남겨둬야 할 문제만 골라서 했고 기분이 안 내킬 땐, 3시간 기출 풀고 채점만 신경 써서 해놓고 공부 땡친 날도 있었습니다.
마무리하며
토목기사 필기시험,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현실 자각 타임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공부 방법도 끝없이 바꾸면서 효율적인 공부, 진짜 공부가 되는 느낌이 드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스스로 자극을 느끼끼 위한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또 피 터지게 공부하지는 않았으니, 정말 참 이상한 공부였습니다. 전체를 다 공부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운도 참 고픕니다. 저는 여러분을 충분히 이해하며, 그 시기를 똑같이 겪었던 자로서 여러분을 정말로 응원드립니다. 오늘 이야기는 이렇게 두서없이 마치겠습니다. 다음엔 문제 풀이 같은 실용적인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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